도서명 : 탈혼기 / 출판사 : 별세계 / 카테고리 : 에세이

“이렇게는 살기 싫어.”

그건 아주 오래 걸린 내 답이다. - p. 254

2020년 3월, 저는 6년간의 결혼 생활을 끝냈습니다.

이혼 서류를 제출하고도 물음표가 저를 따라다녔어요.

전 왜 그러고 살았던 걸까요?

배울 만큼 배웠고,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.

페미니스트라고 자부했는데.

할머니나 엄마와는 완전히 다른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.

그런데 대체 왜?

누구도 저를 결혼식장에 억지로 밀어 넣지 않았습니다.

사랑한다고 믿는 남자와 제 손으로 혼인신고를 했어요.

행복하다고 생각했어요. 많은 부분은요.

그럼 모든 게 제 개인적 선택이었던 걸까요?

전 그냥 결혼을 선택했듯 이혼을 선택한 것뿐일까요?

제 직감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.

제 얘기는 저만의 얘기가 아닌 것 같았어요.

일이 이렇게 된 건 제가 여자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게 틀림없었어요.

제가 한 끗 차이로 지워지지 않고 태어난 90년생 백말띠라는 사실.

<웨딩피치>를 보며 흰 드레스를 입고 마법소녀를 꿈꿨다는 사실.

여자니까 두 배로 열심히 해서 ‘전문직’이 되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는 사실.

실력으로 모든 걸 이겨먹으려던 ‘알파걸’이었다는 사실.

여초커뮤니티의 ‘언니들’에게 어설픈 화장을 배워나갔다는 사실.

‘된장녀’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부러 데이트 비용을 전담했다는 사실.